어떠한 것을 떠올렸을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무언가가 있는가?
수 많은 사람, 장소, 사상 등, 이 세상의 수 많은 것들에는
그 무언가를 대표할 수 있는 아이콘 하나씩을 가지고 있다.
대학을 예로 들자면 어떤 대학은 특정 학과로, 어떤 대학은 건물로, 어떤 대학은 학풍으로.
그럼 University of Victoria는 뭘로 유명할까?
정답은 토끼.
링로드로 둘려싸여진 이 아름다운 학교는 수많은 토끼들로 잔디가 가득차는걸로 유명하다.
겨울에 도착한 나는 어서 봄이되어 귀여운 토끼들을 잔뜩 보길 소망했지만
어찌된일일까? 날은 점점 따듯해져 가는데 소문과는 달리 토끼가 보이지 않는다.
교실에는 토끼를 만지지 말라는 귀여운 경고문도 붙여있고
친구의 사진을 통해서 미리 본 바로 의하면 분명히 맞는데 도데체 무슨일일까?
이곳의 학생들도 대모를 한다.
당연히 등록금과 같은 자본주의 사회의 현실적 문제이거나
언제 어디서나 토론될 수 있는 인류학적 문제겠지 하는 나의 뜬 구름 잡는 듯한 상상과는 달리
굉장히 직설적이고 가까워서 어찌보면 나와 상관없을듯도 하지만 그냥 지나치기엔 안타까운 문제.
그들의 슬로건은 이거였다.
학교는 토끼를 그만 죽이세요-
방문자라고 하기에는 오랜시간 머물고 주인이라 하기에는 관망하는 나는
이곳에서 언제부터 어떠한 일이 벌어졌는지 자세히는 모른다.
찬성과 반대입장을 표명하기에는 너무 부족한 정보와 관심도다.
하지만 졸업하고 취업하기도 바쁠 그들이
토끼를 위해 없는시간 쪼개서 내는 모습에 적지않아 놀랬다.
난 언제까지 나와 내 주변만을 중시하는 편협한 이기주의적 사고에서 벋어날 수 있을것인가.
빅토리아와는 상관없어 보이는 저 멀리 뉴욕에 거주하는 한 젊은 아티스트도
이 문제를 보고 걸고 넘어진다.
그들의 행동과 토끼를 꾸미는 수 많은 단어들로 도배되어 있는 벽에는
잔인하게도 토끼발이 열쇠고리처럼 박제되어 걸려있다.
작품 한쪽면에는 관객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빈 종이와 펜,
그리고 스크랩한 기사들이 정리되어 있다.
준비된 펜을 들며 나의 바쁜 일상에서 밀려나 잊혀졌던 토끼들을 다시 한번 떠올려본다.
안개 속에 흐릿해진 감상과 실체를 밝히는 현대미술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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