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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사람 / 홍은전

2021. 5. 31. 18:03

힘들고 어렵고 괴로운 상황을 마주하고 싶지 않다. 피할 수 있다면 그냥 최대한 피하고 싶다. 나는 나를 지킬 의무가 있고 안 그래도 무거운 인생에 짐 하나 더하는 일이라 느껴지는 것들은 하고 싶지 않다.

이것은 그 힘듦을 괄시하는 것과는 또 다른 이야기다. 세상에는 나의 짐과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의 무거운 짐들이 많다는 건 굳이 경험해 보지 않아도, 찾아보지 않아도 예상할 수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내가 진 짐이 제일 무거운 법이다.

타인의 짐을 똑바로 바라보고 들어주려 노력하는 이들이 있다. 이타심이 인간성을 대표하는 마음 중 하나라면 굉장히 인간적인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어려운 일이란 걸 알기에 존경할 만하다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의 모든 행동을 옹호할 수 없다. 이타심의 탈을 쓴 이기심이 또한 넘쳐나는 곳이 이 세상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모든 행동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겨있고 그러한 행동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의미는 사람의 가치관마다 다르다. 동일한 사건을 바라봐도 다르게 읽힐 수 밖에 없다.

연대와 후원을 왜 해야 하는가? 방식은 적합한가?
장애인이 아니라 정말 그냥 사람인가?

이러한 질문에 일말의 사유 없이 잘못을 말한다면 이기심 가득한 나에게 조금 남은 이타심은 더욱 희미해질지도 모른다. 시위가 멋있어 보이는 사람이 있고 시위가 불편한 사람이 있다. 모든 것엔 이유가 있고 그 이유를 다 말하고 다니는 것 만이 답은 아니다.

힘들어도 읽어본다. 혹시라도 무지로 인하여 놓치는 게 있지는 않은지, 너무 큰 오해를 하고 있는 건 없는지 정도만이라도 체크해보자 한다. 그 정도 만으로도 나약한 나는 너무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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