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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투어버스를 탈취하라 / 최민석

2020. 3. 24. 15:54

책의 제목이자 첫번째 실려있는 단편소설
‘시티투어버스를 탈취하라’를 재미있게 읽었다.
글은 가볍지만 담고있는 주제의식은 가볍지 않았다.
책 속 이야기는 술술 읽혔지만 읽고 난 뒤 떠오른 현실은
쉽게 읽힐것들이 아니었다.
'부산말로는 할 수 없었던 이방인 부르스의 말로'와
'괜찮아 니 털쯤은'도 좋았다.

문제는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단편부터였다.
이건 너무 장난같지 않은가 싶은 구조와
왜 이런 단어와 소재가 나와야만 할까 싶은 장면들이
부족한 원재료의 맛을 숨기기 위해
일부러 친 자극적 양념처럼 느껴졌고
'속 시디투어버스를 탈취하라’는 작가가 글 속에서
변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안타까웠다.
인간의 존재론적 의미를 탐구하는 문학을
식상하지 않는 글로 남기고 싶었으나
실패한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독립운동가 변강쇠'에 가서는 글을 읽고 후회했고
‘누구신지'에 이르러서는 후회가 더 커질까 두려워
두번째 장에서 읽기를 그만두었다.
감탄아닌 탄식이 흘렀고 이 작가와 나의 핏은
맞지 않은것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뭔가 아쉽다.
좋은 부분들은 참 좋은데 참기 어려운 지점들에
더이상 읽을 수 없다는게.

———-
/부산말로는 할 수 없었던 이방인 부르스의 말로
언어 능력은 생존능력이며
피지배계층은 지배계층의 언어를
배워야한다고 한다고 말하던
21세기 글로벌 생존 어학원 어학장은
그렇게 서울말을 가르치고 영어를 배웠다.
내 언어의 한계가 내 세계의 한계라는
비트겐슈타인의 말을 비꼬는 솜씨가 보통이 넘는다.

/괜찮아, 니 털쯤은

주인공은 원숭이다.
두뇌가 퇴화되지 않기 위해
매일 두시간 이상 독서를 해야하는데
노파심에 네식간 가까이 한다고 한다.
팔이 퇴화되기 때문에 매일 한시간씩
상체운동을 하지 않으면 안된고
남들보다 훨씬 일찍 일어나서 성실히 털을 민다.
방심하면 털복숭이가 되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긴장을 풀어버리면
세상으로부터 내동댕이 쳐지기에
평범한 모습으로 살아가기 위해 나를 감추고 버린 채로
세상이 요구하는 모습에 끊임없이 맞춰가야
살 수 있는 그에게 자신이 원숭이라는 사실은
허물어지지 않는 마지막 벽이다.

그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짓기를
‘이 사람에게 내 마지막 비밀을 말해도 되는지 안되는지를
확인해가는 작업’이라고 말한다.

나의 마지막 벽은 무엇인가
그의 마지막 벽은 무엇이었을까?
나는 괜찮아라 말할 수 있었을까?
나는 무엇을 원동력삼아 열심히 살아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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