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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로 쓰기 / 김훈
파
2019. 5. 13. 18:17
계란 푼 라면에 이어
돼지수육에 감싼 냉면이 먹고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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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삶을 구성하는 여러 파편들,
스쳐지나가는 것들, 하찮고 소소한 것들,
날마다 부딪치는 것들에 대해서 말하려 한다
생활의 질감과 사물의 구체성을 확보하는 일은
언제나 쉽지 않다
맛은 인간 정서의 심층부를 형성한다
삶은 설명될 수 없고, 다만 경험될 뿐인데,
맛 또한 그러하다
냉면 육수는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공의 흔적을
모두 제거하고 국물의 맛을 자연 상태로 밀어붙인
그 극한의 경계선에서 발생하는 국물이다
이 국물은 재료의 무거움을 가벼움으로 전환시켜서
맑고 투명하다
히수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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